너를 닮은 시간2
학교가 끝나고 내가 알아챈 건
.......
여기는 나의 과거라는 것.
"야야. 랜만에 담 ㄱ?"
서진형 천서준...
니들.. 몇시간 전만해도 나보고 울고있었는데..!!
하긴...
내가 내 모습을 봐도..
사람... 같다고 하지 못할 만큼 마르고 아파 보였으니까...
담배는 무슨...
내 미래가 그꼴인데.
"나 금연. 너네도 끊어. 그러다가 암 걸려 죽는다?"
"응 꺼져. 새끼가 저주를 하고있어."
.....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진짜 뭐지.."
"뭐긴 뭐야.
너가 맨날 나랑 하교하자며!"
아 놀래라..
죽은 사람이 자꾸 툭툭 튀어나오니까,
자꾸 놀랄 수 밖에 없네..
...........
다시는 못보는 줄 알았는데.
신은 우리 둘을 많이 응원했나봐.
......
이렇게... 이혜성이 적극적이다.
죽었던 이혜성이...
헤어지며 울던 이혜성이...
내 앞에서 움직이고, 말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와서
같은 반인 이혜성에게 첫 눈에 반했다.
내 첫사랑.
처음엔 날 상종도 안하길래 포기할까 했는데.
역시나
내 행동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근데 너가 지금
나한테 문제도 가르쳐 주고,
내가 하교 같이 하자 했다고,
내 벌청소까지 기다려주는 걸 보면....
아 생각해보니 어이없네.
이 어린몸뚱아리를 가지고 뭔 그런 사고를 치고 다녔길래
벌이 이렇게 많아???
,....이혜성 좋아하고
이 양아치 짓도 관뒀는데.
암튼.
이혜성이 하는 행동을 보면..
이혜성은 이미 나한테 넘어온 것 같다.
그럼 고2 2학기 중반쯤 되려나...
생각에 잠겼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내 눈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이혜성이 보였다.
"야, 한태양. 뭔 생각해.?"
......
내 눈 앞에서 흔들리는 손에 깍지를 끼고 말했다.
"있어."
어차피 과거니까.
내 맘대로 해도되겠지.
넌 그 아픔을 기억하지 못하잖아.
"뭐, 뭐야..!! 어디가!"
"마눌 집"
"마.. 마늘..??!"
"쯧.멍청아. 마늘말고. 마눌!! 내 마누라 집 간다고!!"
"내가 니 마누라 집을 왜 가는데!!"
"조용히하고 따라 와^^"
........
"니 마누라 집이...
.....
내 집이었냐!!"
"응^^"
"아오.. 진짜."
이혜성이 내 손을 뿌리치고,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그런 이혜성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내일 시간 돼? 주말이잖아."
성인되고 내가 군대 갔다 와서는,
별로 만날 시간도 안 났었지...
지금 이혜성이면..
수락할거 같은데.
"....돼."
..뭐라 말한건가?
"뭐라고?"
이혜성이 왜인지 벌게진 얼굴로
뒤 돌아 나에게 소리쳤다.
"아 된다고!!!"
고함 한번 꽥지르곤 쾅 들어가버리는 이혜성...
그치.
학창시절 이혜성은.
데이트 신청만 해도 부끄러워했지...
"연락 봐!!!!!"
/버스
와... 진짜 과거의 나. 대단하다.
이혜성 집과 내 집은 버스로 30분이다.
그런데 난 이 거리를..
이혜성의 전화 하나로 달려서 왔다갔다 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후...
역시 팝스 1등. 난 멋져ㅋ
그때 핸드폰에서 짧은 진동이 울렸다.
작은 기대를 품고 본 화면에는..
연락하지말아주세요 : 태양아^^ 전에 그린 그림 부족한 부분이 많은 거 같아서...
미술 쌤이었다.
정말.... 꽤 오랜만에 보는 문자인데도,
극혐이다. 완전.
뭐...
내가 세계적인 화가로 자리잡은 것도 이 쌤덕이 많긴하지...
하지만 별로인건 팩트임.
이혜성의 문자가 아니었기에
아쉬운 감정을 뒤로 하고 폰 화면을 끄는 동시에
다시 화면이 밝게 켜졌다.
그리고 잠금화면 위로 보이는 문자 알림.
혜성♥ : 내일 얼제 볼건데?
조용한 버스 안,
나 혼자 쿡쿡 웃어댔고,
화면 터치를 하지않아 저절로 꺼져 검게 변한 화면 안에는
발그레 웃고 있는 내가 보였다.
18살 한태양이 보였다.
후.....
이 과거에서 내가 뭘 해야하는 건지..
더 깊게 생각해야하긴하는데.
..........
일단!
내일 우리 마누라 보고 생각하자.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