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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배달

ueoz1 2025. 4. 6. 08:51

"야 여은호, 너네 동아리는 축제 때 뭐하냐?"

 

난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폰을 보며 걷고있는 여은호에게 말했다.

 

"우리? 우리... 꽃배달할 걸?"

"엥, 그거 인기 있냐?ㅋㅋㅋ"

"몰라?"

 

여은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여은호가 폰을 주머니로 도로 넣더니,

나와 시선을 맞추며 이쁘게 웃었다.

 

이쁘게.

 

"진아 너는 뭐하는데?"

 

..............

 

이러니까 여자가 꼬이지.

 

"아 씨..."

 

원래 나만 아는 미모였는데..!!!!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갈색 머리카락이 살랑이는 내 소꿉친구 여은호.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를 사귀는게 좋았던 나는,

음침할 정도로 앞머리를 기르고 조용했던 여은호와 친구를 먹었다.

 

진~~~~~ 짜 말이 없어서 얼마나 애 먹었는데ㅜㅜ

 

고등학교로 올라오고 무슨 심경의 변화인진 모르겠다만,

앞머리를 싹둑 자르고, 조금 스타일링까지 해서 온 여은호는,

그야말로 인기폭발이었다...

 

무슨 날이면 날마다 선물은 족족 받아가질 않나,

공개고백은 또 몇번인지...

 

그런 여은호를 몇년째 짝사랑하는 내 맘도 시원치는 않다.ㅜㅜ

 

시방봉.

나한테 너 번호 물어보는 애들이 몇명이야 지금!!!!!

 

"유진아. 너네 동아리는 뭐하냐고ㅡㅡ"

 

"..!! 야 깜짝아.. 왜 면상을 들이밀어!!!"

 

여은호의 얼굴을 쭈욱 밀었다.

 

"쳇. 나 지금 세번째 묻거든! 너네 동아리 뭐하냐고!"

"우리... 어...., .......어............."

".....설마 모르냐?"

 

키득대는 여은호를 힘껏 째려봤다.

 

"뭐! 모르는게 아니라, 아직 안 정한거거든??"

 

여은호와 투닥대고 있는 도중,

어떤 여자애가 끼어들었다.

 

"은호야, 안녕."

 

 

....?

 

얘는.....

 

X나 여신이라고 소문난 2학년 선배!!!!!!!

 

아악!!!!!!! 

이 순간 만큼은 한없이 꿀리는구나ㅜㅜㅜㅜㅜㅜ

 

"지예 누나? 왠일이예요?"

 

놈은 나에게 썩 꺼지라고 눈치주는 저 여신을 모르는건지

헤벌레 웃으며 살살꼬리를 흔들어 재낀다.

 

난 눈치껏 슬금슬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여은호! 나 동아리 모임 때문에 먼저 간다!"

"어? 어, 잘가라!"

 

웃어보이며 말했지만,

놈 주위에 저렇게 여자가 꼬일 때마다 욱신대는 이 마음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이젠 익숙해져야할텐데.

 

고백도 못하고...

 

슬쩍 뒤돌아 본 여은호와 그 여신은

 

...................

 

 

잘 어울렸다.

 

 

"이잉..ㅜㅜ 꿀린다 꿀려..ㅜㅜ"

 

 

 

 

동아리실.

 

"언니이ㅜㅜㅜㅜㅜㅜ"

 

울분을 터끄리며 의자에 앉아있는 희지 언니에게 다가갔다

 

"뭐야뭐야. 왜 이래 떨어져;;;"

"언니까지 날 밀어내ㅜㅜㅜ"

"문이나 똑바로 닫고 와라"

"어차피 여 동아리 보는 사람도 없어ㅜㅜ"

"이 년이..."

 

"ㅋㅋㅋㅋ진아 말이 맞지~"

 

호빈 오빠가 말했다.

 

"호빈 오빠. 카밀라는 어딨어요?ㅋㅋ"

"-_- 맨날 뭔 소리를 하는거냐 넌."

"아니 카밀라 몰라요?ㅋㅋㅋㅋㅋㅋ 호뷔뉘 오뽜~"

 

"여튼. 너 여기 왜 왔냐? 모이자할때도 안 모이더니."

 

희지 언니가 종이를 접으며 말했다.

 

왜냐고?

 

사실 난 종이접기 동아리걸랑.ㅋㅋ

 

"저희 축제 때 뭐해요?"

 

희지 언니가 내 질문에 신중히 움직이던 손을 뚝 멈추더니,

 

"축제? 그러네. 곧 있으면 축제구나."

"뭐야, 몰랐어요?"

"흠... 뭐하지.. 뭐 생각해 논거 없어, 호빈?"

 

"....뭐 대충 걍 사진부스해."

"좋네. 그걸로 가자. 사진 찍어주는 사람은 누가 할래."

"돌아가면서 해야지;;"

"애들 불러와봐. 이거 순서 정하게."

"걍 대충 톡방에 날려."

"이 새끼... 종이접기 동아리는 동아리 모임도 안하냐!!!!"

"첫모임이 마지막 모임이었잖냐..."

 

"헐... 그렇게 들으니까 저희 동아리 완전 허접.."

"이년이!! 그 입 썩 다물라!!"

"꺄악!!!!"

 

 

 

그날 밤. 집.

 

침대를 뒹굴거리며 늘 그렇듯 여은호와 통화했다.

 

"우리 사진부스한데."

"재밌겠다! 우리 같이 사진 찍자! 내가 가야하는거지?"

"엉.. 근데 난 일해야해서 못 찍을걸?"

"? 쉬는 타임도 없어?"

"아 있네ㅋㅋ 마이 미스테잌~"

 

"아 그러고보니, 아까 그 여신이랑은 어떻게 됐어?"

"여신?"

 

아차차.

 

"아니, 그 지예 언니 말이야. 너랑 복도에서 대화했었잖아."

"아! 사귀자던데?"

 

............

 

어......................

 

 

......그래.

이게 딱 적당하지.

proper(적절한) 오케 영단어 접수했고.

 

아 씨 이럴때가 아니잖아.

 

".....유진아? 왜 대답이 없어."

"..아ㅋㅋ 아니, 잘 어울린다고. 받아줬지?"

"ㅋㅋㅋ왜, 받지말까?"

"??그게 무슨 말이야. 아직 대답 안했어?"

"받지마.?"

"...당연히 받아야지!

와~~ 여은호! 그래, 이 누나가 넌 머리만 좀 어떻게 해도 바로 여친 생길거라 했지!

그런데 왜 여친 안 사귀나 했다.

너 이자식 눈이 높아도 한참 높았구나?

진짜 투투부터 100일까지 평생가라, 평생~ ㅋㅋ..."

 

말이 줄줄이 나왔다.

 

사귄다는 정의의 단어를 듣는 건 한번으로 족하고 싶었던 걸까.

 

"나 이제 끊을게, 내일 등교는 따로 하자? 넌 여친이랑 가셔야지~"

"뭐? 야 잠깐,"

 

뚝.

 

 

................

 

X발.,,,,

 

몇년째 짝사랑하고 있더라.

 

거의 5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딩때 말건게 후회된다.

 

나도 고등학교때 처음 만나서 고백 했으면..!!

 

아냐... 

그 언니급 얼굴, 성격은 되야... 하......

 

그래.

나보다 좋은 여자 만났고!

지들 서로 좋아서 사귀고!

여은호가 행복하면 됐지!!!

 

 

...........

 

그래도.

 

한번은....

 

티는 조금 내볼걸 그랬나.

 

 

 

 

며칠 뒤 축제 당일.

 

 

그 날 이후, 잘되지도 않는 여은호 피하기를 실행했다.

그렇게 따로 생활하다보니...

여은호에 대한 생각은 별로 안 들었다.

 

여은호가 그 언니와 함께 있는걸 가끔 보았지만...

진짜 처음 사귄다는 얘기 들었을 때 그날처럼 울것같았다.

 

 

학생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우, 정신 없어."

 

"야 유진아!! 여기 와서 세팅 도와!!!"

"예~"

 

 

대부분의 세팅이 끝나고, 

종이접기 동아리 임원들이 한자리에 동그랗게 모였다.

 

"그럼 첫타임은 너네 넷이고, 다음 시간은 너,나 이진이 일진이, 그러고 점심 시간 뒤턴이 진아,호빈,사랑,기쁨 오케?"

"옙!!"

"그럼 첫타임 애들 빼고 나머진 놀다 보자~!"

 

 

음.

할게없다.

 

사실 친구들이 자꾸 귀신집을 가자고 하는데,

거긴 커플들의 명소 아니더냐..!!!!

갔다가 여은호 커플을 마주볼 자신이 없다 이놈들아ㅜㅜ

 

그래서 지금은 나 혼자 조용한 보건실에 누워있다.

 

근데... 

분명 조용했는데.....

 

왜 내 귀에서 쪽쪽대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솔로는 서러워서 살겠나..ㅜㅜㅜ

 

방금 들어왔던 애들이 커플이었을 줄이야ㅜㅜ

 

알고보니 바람피는거여라ㅜㅜ

알고보니 게이여라ㅜㅜ

알고보니 귀신이여라ㅜㅜㅜㅜ

 

띠리리링ㄹㅇㄹ일ㅇㄹ링딩동링딩동링디리리리이딩

 

엇.

마침 점심시간 종이 울렸다.

 

곧바로 일어나,

끝까지 멈추지 않는 저 키스 소리를 무시한 채

보건실을 나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 후.

 

"와... 여기 사람 왜이렇게 많아요?"

"그러게. 은근 잘되네."

"설마... 이거 다 커플이예요?"

"전타임 애들 말 들어보면, 커플도 있고, 친구들이랑도 많이 찍는다더라."

 

왜 내 주위엔 커플 밖에 안보이는 것인가...

 

여은호....

 

.............

 

악!!!!! 그만!!!!!!!

 

포기하자 포기!!!!

 

"시작하자! 애들 곧 오겠다."

"넵!!ㅜㅜ"

 

 

찰칵! 찰칵!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

그걸 폴라로이드로 뽑아 주었다.

 

"으어.... 이게 지금 몇장 째여..."

 

호빈 오빠의 옆 의자에 앉아 흘러내리든 앉았다.

 

"힘내... 사람 진짜 많다..."

"사랑언니랑 기쁨 언니는 정말 지치지 않네요."

"그, 그러게.."

 

"헤헷! 사랑을 담아서 활~짝! 웃어주세용!><"

"기쁘다 구~주 오셨네. 기쁘다~ 모두 기쁘게 축제 즐겨요~~~"

 

"ㅋㅋㅋ... 오빤 여친 없어요?"

"나? 음... 아무래도 고3이니까."

"아, 글치.."

"왜. 진아 좋아하는 애 있어?"

"있었는데, 이젠 없어요."

"왜. 포기한거야?"

"음... 네.계속 좋아하기엔 힘들어서"

"ㅋㅋㅋ화이팅~"

"어휴. 전 일어나서 손님 더 받을, ...악!!!"

 

흘러내리는 몸을 억제하고 일어나 가려하는데,

앞에 있는 호빈 오빠의 발에 걸려 그만 넘어졌다.

 

........

 

호빈 오빠 품으로.

 

"괜찮아? 미앙ㅋ이 오빠가 다리가 좀 길어야제ㅋ"

"아, 죄송해요..! 그, 잠시만,"

 

몸을 일으키려는데,

누가 내 교복셔츠를 잡아당겨 호빈 오빠와 멀리 떨어트렸다.

 

"켁.. 뭐야!!"

"뭐긴."

"....여은호..? 너가 왜..."

 

아악!!!! 

이젠 여은호를 보면 그 여신과 겹쳐보여서

이 답답한 마음이 전혀 사라지지 않는다.ㅜ

 

여은호가 내 셔츠를 툭툭 털어주더니 호빈 오빠를 째려봤다.

 

 

"너가 왜 쟤한테 안겨있어. 남친이야?"

"뭐? 아니야! 그냥 발에 걸려 넘어져서..!"

 

아~니. 잠깐만.

원래라면 비웃었을 놈이.

너는 여친 있으면서 나는 안되니? 엉???

 

 

"..됐어. 너 여기 왜왔는데? 사진 예약자 명단에도 없더만."

"너 보러 왔는데."

"...?"

 

바로 휙휙 주위를 둘러보아

그 여신이 없는지 확인했다.

 

확실히 없었다.

 

얘가 왜이래???

 

"너 여친 없다고 바람피냐"

"뭐, 여친?"

"그래! 설마 너. 비밀연애야...?"

 

놈이 미간을 찌푸렸다.

 

"너 왜 나 요즘 피하냐고. 이거 물어보려 왔어."

"...내가 이 타임인 줄은 어떻게 알고."

"꽃배달하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알아."

"피..한 적은 없는데?"

"있어."

"없어!ㅋㅋ"

"......뭐가 웃기다고 웃어 지금?"

"..........어...."

 

 

뭐야.

이 놈 눈까리가 왜이래.

무섭잖아!!ㅜㅜ

 

"암튼, 피한 적은 없어. 나 이제 일해야하니까 너도 얼른 가."

"...야. 이거."

 

뒤돌아선 내 어깨를 툭툭쳐서 뒤돌아봤더니,

왠 빨간 튤립 몇송이가 보였다.

 

"이게 뭐야. 꽃배달?"

"응."

"누가?"

"....몰라."

 

여은호는 그 말을 끝으로 교실을 나갔다.

 

그리고 내 옆으로 온 호빈오빠가 말을 건넸다.

 

"엇 튤립? 꽃배달 이거 꽃말보고 꽃 고를수있다고 들었는데,

여기 옆에 꽃말이랑 보낸 사람 이름 써있데. 봐봐. "

 

옆에서 사랑이와 기쁨이가 덧붙였다.

 

"사랑~ 여기도 사랑이 피어나네~어쩜 좋아><"

"헉. 진아야 너도 기쁨의 세상이구나! 이젠 기쁨의 천국이야!!"

 

꽃 포장지에 걸려있는 작은 텍에는,

 

"사랑의 고백? 와, 꽃말 좋다~ 나도 한번 받아보고 싶네. 

보낸 사람은...."

 

여은호?

 

"어? 아까 꽃배달한 애 아니야?"

 

날 둘러싼 그 세명을 제쳐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 나간지 얼마 되지 않은 여은호를 쫒아갔다.

 

"야 유진아!!! 고백 받아주러 가냐??? 엉?!!?!???"

 

 

 

다른 사람에게 다른 꽃을 전해주고 있는 여은호를 보고 황급히 뛰어가,

놈의 뒤통수에 내가 받은 꽃송이를 던졌다.

 

퍽.

 

"무슨..."

 

여은호가 뒤를 돌아보고,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울음을 참기 위해.

 

 

"너 뭐하냐?"

"유진아?"

 

여은호는 바닥에 떨어진 꽃을 주었다.

 

"여친 두고 이게 할 짓이야?"

 

 

왜...

너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건데?

 

X발 여친도 있는 주제에

좀 조용히 꺼져주진 못할 망정...

 

 

왜 자꾸 내 앞에 나타나냐고!!!!!!!!!!!!

 

 

 

 

 

어느새 다가온 여은호가

내 뺨을 쓰다듬고 있었다.

 

"손 떼."

"울잖아."

"..뭐?"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울고 있었다.

 

 

"꼬우면 울질말던가..."

 

 

 

"야 여은호...."

"응?"

"너... 니가 하는 행동이 수작이 되지 않게 해."

"무슨 소리야"

"너 나한테 여친 있다며."

"안사겨!!!!"

"..야.. 놀라게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그래.."

"내가 언제 사귄댔는데...

내가 언제 그딴 소릴 지껄였는데 자꾸...!!!!!!!"

 

 

.....어?

 

 

무슨....

 

"전에... 통화했을 때...

그 언니가 너한테 고백..."

"고백은 했지.

그래서 내가 너한테 물어봤잖아."

 

 

..아.

 

그렇구나.

 

맞다.

 

 

 

"내가 닐 두고 누굴 사겨..."

"....뭐?

너 방금 뭐라고했어?"

"아 이씨..!! 이딴 분위기 아니었는데!"

"무슨..."

 

여은호는 손에 꽃다발을 꽉 쥐곤,

내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너가 나 좋아하는거 뻔히 아는데....

 

나도 너 좋아하는데......

 

 

내가 왜 딴년이랑 사귀냐고"

 

내가 멍하니 빨개진 여은호 얼굴만 보고있자,

 

"아 받아 빨리!!"

 

여은호가 민 꽃다발을 다시 쥐었다.

 

 

".....대답."

"ㅇㅓ..?"

"대답!!!"

 

 

앂파 다혈질이야 뭐야...

 

 

"내가 너 좋아하는거 안다며.."

"..그치."

"근데 뭐."

"나랑 사귈거냐고 말거냐고!!!"

"소리 좀 그만질러!!!!"

 

 

그렇지 않아도

이미 우린 주목 받고 있단 말이다!!!!!

 

"사귀어.."

 

 

 

고개를 푹숙이고 중얼거렸다.

 

"엉?"

 

놀리는 여은호의 말투.

 

"안들리는데???"

 

 

빠직.빠지지지지지직.

 

 

"사귀자고!!!!"

 

 

내 손에 들려있던 꽃다발을 놈의 얼굴을 향해 내려꼽았다.

 

그리고 뒤도 안돌아보고 반대편으로 달렸다.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여은호는 손에 들린 꽃다발을 내려다 보며 씨익 웃었다.

 

 

"어디가 유진아!!!"